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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스타

“씩산 호우예에에에에에에에에~!!!”

by HKcine.kr 2015.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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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는 음침한 골방에서 할일 없는
츄리닝맨들이나 보는 것으로 여겼다. ‘영화는 생각하며 보는 것’이라고 믿으며
키아로스타미를 칭송하고 키에슬로프스키의 메시지를 추구하던 내게, 주성치가
삼류저질 배우로 보였던건 당연한 일이지.
그러던 어느 날...처음으로 그의 영화를 제대로 보게 되었다. 그 역사적인 날 밤,
뇌에 술이 살짝 받아 있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식신’이라는 비디오를 집어
들었던 것이다. 맨정신이었다면 절대 그런 짓 안했다. (사실 그걸 빌려 오기까지의
과정을 책으로 쓰면 스펙타클한 장편소설이 나오신다) 그렇게 술기운 때문에 멍한
상태로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았다. 이럴 수가.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영화라고
믿고 있단 말인가. 러닝타임 내내 주성치가 이끄는 대로 울고 웃으며 이리저리 휘둘려
다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졌다. 관객을 고민하게 하며 참여시키는게 영화인데,
주성치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으면 된다니...영화를 저렇게 함부로
만들어도 재미있다니...살아 움직이다니...충격이었다. 그 후로 주성치의 이름이
붙은 비디오라면 버스를 타고 다른 동네까지 가서라도 구해오게 된거다.

 

 
당최...영화에 마약을 탔는지 한번 맛을 들이니 중독 되더라. 주성치 영화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훗. 궁금하지 않으신가. (주성치와
그의 영화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모순되고 무의미한 짓일지 모르나
이런 기회가 흔하게 오는 것이 아니므로 오늘 한번 큰마음 먹고 주절거려 보자) 
첫 번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Nonsence(일명 無頭mo lei tau)일 것이다.
주성치의 영화들은 영화이기 때문에 허용되는 온갖 말도 안되는 상황들의
연속이다.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고 웃음을 유발하는
순간들을 나열하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그의 영화를 본 사람들은 전체적인
스토리보다는 인상적인 장면들로 영화를 기억한다) 주성치 스스로도 “영화는
즐기는 것이다. 진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 연단에서 강의를 하면 된다.”라고
말하듯, 그저 영화를 보는 동안 즐거우면 그만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성치만이 구사할 수 있는 유치찬란 황당무개 삼류저질 개그가 있다. 그를 대할
때는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체면과 격식 따위는 지나가는 변견에게나 줘버리는
거다.(그러니 예술 영화만 떠받들던 내가 정신 못 차릴 수밖에.) 그런 점에서
다른 영화를 대하는 것처럼 주성치 영화를 진지하게 분석하는 것은 어쩌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예전의
나처럼-그의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두 번째는 영화 전체가 커다란 문화적 하수구란 점이다. 정신 못 차리고
흐물대는 홍콩 영화계에서 주성치가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영리한
그는 중국인들이 기본적으로 희극(喜劇)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하였다. 거기다 얍실하게 그때그때 유행하는 음악, 영화, 춤, 유행어,
스포츠, 잡다한 생활 소품 할 것 없이 쓸만한 문화적 코드는-저급한 것까지-다
가져다 잡탕해버린 것이다. 그러니 대중의 기호에 잘 맞을 수밖에.
세 번째 이유는 반복성에 있다. 이 영화에 나왔던 배우가 저 영화에서
또 나오고, 똑같은 소품을 계속 써먹는데다, 언제나 비슷한 상황을 꼭
하나씩은 설정해 둔다. 그럼 질리지 않냐고? 천만에! 007시리즈가 오늘날
까지 제작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는가. 관객들은 무의식중에 “본드,
제임스 본드.”라는 대사를 기다리고, 젓지 않은 보드카 마티니를 마시는
장면을 찾으며, 이번에는 또 어떤 기발한 무기가 나올지 기대한다.

 


그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 주성치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건인이 어떤 여장을 하고 나올지 긴장하고, 접이의자를
언제 쓸지, 못생긴 여자는 또 어떻게 때릴지 기대하면서, 그런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주성치의 모습에 열광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다음 영화도 기대를 어떤 식으로 충족시킬지 항상 궁금하고 기다려지게 된다.
네 번째는 주성치 자신의 매력이다.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점이로구나.
주성치는 알고 보면 잘 생겼다. 원래 웃기게 생긴 사람보다는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망가지는 것이 더 웃긴 법이다. 그의 눈을 자세히 본적이
있는가. 희극 배우의 눈이 그토록 슬플 수가 있는지- 그런 슬픈 눈을 하고
코미디를 연기하는 그를 보며 관객들은 웃는다. 하지만 웃고 나서 왠지
가슴 한구석이 살짜기 저려옴을 모른 척 할 수 없다. 참으로 묘한 일이다.
주성치 본인은 자신이 관객들의 정서기복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잘 통제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그의 눈빛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성치가 한국을 다녀간 후 그를 만난 여자들은 한동안 ‘성치우울증'에
시달렸을 정도다. 무너져가는 홍콩 영화계에서 감독이 누구든 간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10년이 넘도록 Box Office 람바완(No.1의 주성치식
발음이다-_-;)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늠름한 모습을 보라. 우리나라에서도
양조위가 나오는 영화를 ’양조위 영화‘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는 ’주성치 영화‘라며 마치 하나의 장르처럼 부르지
않는가. 애드리브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조율된 상황을 연출하는
그는 professionlist다. 누가 봐도 멋지다고 여길지어다. 그만하면 돈도
많을 텐데 그는 언제나 후줄근한 츄리닝 차림에 나이키 에어맥스나 푸마
아반티를 신고 다닌다. 그런 모습은 곽부성이나 유덕화의 화려함보다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주성치를 관찰하라.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주성치전영공작실의 시삽이신 김철영님의 말씀을 살짝 빌리자면- 내
머리위에는 神, 부모님, 그리고 주성치 밖에 없다. 주성치는 나에게 영화를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하였으며, 넓게는 세상을 다양하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그가 만든 영화 덕에 막역지우처럼 대화할 수 있었다.
주성치를 알게 된 것은 세계최강초특급의 행운이다. 주성치 영화. 절대 보지
않고 논하지 말라.
“씩산 호우예에에에에에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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